굵은 나뭇가지 북악산 아래 마른 바람이 불어오네 굵은 나뭇가지를 찾아 밧줄을 걸고, 내 머리를 집어넣고 차갑게 식어가는 몸을 느끼며 자신의 존재를 잊어간다 저렴한 삶의 공식인 나는 나뭇가지에 쓸쓸하게 목을 건다 이 비참함, 나의 삶은 비참되어 능욕되고 버려지더라도 아무도 알지 못하겠지 나무 톱밥같은 나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시 2024.04.11
ㅅ;간, 시간 물결처럼 밀려오는 시간의 파도에 휩쓸려 깊은 바다 속에선 곧 모든 것이 멈추어 영원한 순간에 머무른듯하네 별빛이 어루만진 하얀 빛은 심해의 어둠을 가로질러 마치 강물처럼 길을 만들며 흐르네 시 2023.11.09
축복, 지옥, 삶 별이 투박하던 내게 왔다 순수하던 그 별은 하염 없이 떠들었다 그 떠듦이 싫지 않았다 차가운 벽을 느낀 별은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그 곳에서도 별은 상처를 받았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굳어 검은색이 되어 더 이상 빛나지 않는 별은 배가 나온 아저씨에게 몸을 주고 살아간다 시 2023.09.25
사랑과 증오 모든 걸 기꺼이 주었던 희생은 교활하며 이기적인 그에 의해 하찮은 것이 되었다 비가 내린 후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고 영원을 약속했던 그 날은 저주받을 기념일이다 분홍빛 빗방울이 나와 그의 몸에 내려 앉고 별빛이 상냥한 미소로 인사하던 그 밤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증오로 가득차서 어째서 여전히 그를 갈망하는가 사랑과 증오는 어째서 구별하기 힘든가 시 2023.09.25
침잠, 沈潛 침잠, 沈潛 1.물속에 깊숙이 가라앉아서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는 것. 2.마음을 가라앉혀서 깊이 사색하는 것. 또는, 깊이 몰입(沒入)하는 것. 시 2023.09.24
해가 지는 밤 해가 지는 밤 해를 삼킨 검은 바다는 달과 별에게 속삭이듯 얘길한다 차가운 물 속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조개껍데기, 푸른 산호초, 낡은 나룻배 쟤들끼리 두려움에 떨며 낮게 소곤거린다 해가 지는 밤 해를 삼킨 검은 바다는 달과 별을 깊게 바라본다 시 2023.09.24